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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와 영화 사이> 캔버스에 연출된 영화속으로 :에드워드 호퍼


글. 선혜영


 

시네필 호퍼의  뉴욕 무비 


1) Edward   Hopper, New York Movie,  Oil on canvas 1939.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 영화가 상영 중인 듯한 그림 속 왼편은 어둠 속에 밝은 스크린으로 인해 극장 안의 모습이 음영을 만들며 관객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극장 안의 건축물은 1930년대 미국 영화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속인 반면 오른쪽의 극장 밖에 벽에 기대고 있는 금발의 한 여성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혹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에드워드의 호퍼의 1939년 작품 “뉴욕 무비”는 미국적인 현실에 가까운 비교적 일상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 중 하나로 당시 소비주의와 여가를 기반으로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뉴욕의 공연장과 영화관을 자주 방문했던 에드워드 호퍼는 이러한 장소에 대한 친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클 극장, 셰리단 극장, 뉴욕 무비 등 극장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특히  뉴욕 무비 '를 그리기 위해 호퍼는 팰리스 극장을 포함한 뉴욕의 네 극장을 여러 번 방문하여 연필 스케치를 50회 이상 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 (조세핀 베르스틸 니비슨)에 따르면 그는 입구 커튼의 주름이나 좌석에 반사되는 조명을 연구하기 위해 한참을 홀 안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완성된 그림은  잘 짜여진 미장센과 빛의 표현속에 등장 인물의 침묵과 고독이 감도는 연출로  영화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극장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속은 대부분은 커튼이 내려진 적막한 공간의  인테리어, 공허한 응시와 책을 읽으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관객의 모습들을 볼수 있다.  이런 그의 그림속의 상황들은  더할나위 없이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나름의 내러티브를 해석하고 장면을 맥락화하여 이야기를 시작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중 “뉴욕 무비”는 호퍼의 그림중 가장  "영화적" 인 영화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작품임이 틀림 없다.

1882년 출생인 에드워드 호퍼는 1895년에 영화의 탄생의 시점과 가까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는  시네필이었고, 영화를 사랑했으며, 평생 영화를 보았고, 상당한 수준의 영화에 대한 안목으로  영화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퍼는 마르셀 카르네, 비토리오 데 시카, 엘리아 카잔과 같은 감독들의 작품과 할리우드 장르 영화, 특히 탐정 및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열렬한 영화 애호가였다. .특히 미국 영화 제작사 사이에서 현대성과  당대의 예술적 흐름은 설정, 미장센, 영화와 회화의 문체적 유사성, 빛의 유희 등 다양한 형태들을  회화로  재구성하며 스타일 또는 특정 시각적 과정의 차용을 통해  캔버스에 분명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회화속  영화적 연출:  뉴욕 룸


에드워드 호퍼는 회화와 영화 사이에서 영향을 주고 받은 대표적인 화가로 그 자신도 영화 특유의 미학적 요소들을 화면 안에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그의  작품은 주로 빛의 사용을  기반한 구성을 통해 형식과 내용에서 영화 속 조명의 장치를 사용한다.  사실, 그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준 것은 무성영화를 위한 초창기에서 인공 조명의 등장이다. 당시 무성 영화는 조명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햇빛으로 장면을 비추거나 큰 유리창에 불과한 스튜디오에서 반사판을 이용해 무대 위에 조명을 비췄던 것인데  호퍼의 그림 속의 대부분의 상황은 이러한 영화 속  빛을 다루는 방법으로   회화로써 화면의 구성과 색을 통해 일종의 연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2) Edward Hopper, Room in New York, oil on canvas, 1932.

 

1932년 작품 "뉴욕의 방"에서 아파트의 외부의  큰 창문이 열려 있고 불이 켜져 있는  방안에  커플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매우 단순한 장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의  영화적  빛의 묘사들이  상황의 서술을 드러나게 한다. 거리의 어둠과 창밖 가로등이 비추는 어두운 벽은 이 장면의 시간대에 대한 단서로  초 저녁 임을 드러낸다. 그림 속의 상황으로 더 들어가 보면  양복을 입은 남자는 신문을 보고 있고 여자는 남자에게 등을 돌리고 피아노의 건반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장면으로 그림에는 광원은 없지만  어깨와 얼굴의 그림자는 실내 천장에 조명이 켜저 있음을 나타낸다. 한 공간에 대립 된 상황의 커플이 있는 “뉴욕의 방”(1932)은 두 남녀의 긴장감을 응집시키는 화면 구성 안에  빛에 대한 묘사는 등장인물의 전후 상황으로  확장 될 수 있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뉴욕의 방처럼 호퍼의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간속 인물들의 고독함과 단절에 대한 그의 시선이 무엇보다도 영화의 프레임과 색의 표현으로 나타나는기도 한다, 호퍼가 캔버스 안에 연출한  화면의 구성을  좀더 살펴보면 벽과 창문의 회색과 검은색은 남자의 옷, 테이블 다리, 피아노, 여자 뒤의 프레임 안에 위치시킨다. 안락의자의 빨간색은 여자의 드레스와 피아노에 부착된 전등 갓의 색상을 반영시킨다. 이렇게 캔버스 화면위에 그려지는 그림은  회화적인 측면을 내세우는  붓질보다는  공간과 서사에 대한 측면을 부각시키고  절제적인 화면을 완성 시키며 영화성이 드러나는  회화에 힘을 더 실어내는 것 같다.

호퍼의  화면에서의  영화적 서사 접근 방식은 보여지는 상황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시간 안에 있는 듯하다. 실제로 우리가 추측하는 이야기들, 화가가 캔버스에 느리게 정지 시킨 듯한 아주 특별한 순간들은 마치 아틀리에에서  등장 인물들이 미리 배치 되어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계획된 구성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은 2차원 캔버스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지 너머로 흘러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화면 속으로 부터  이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암시하기도 하다.  캔버스에 그려낸  모든 회화적 정보는 그의 연출 방법 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우리가 영화의 틀에서 보는 연출과 유사하다.

 

 

회화와 영화 사이  :  나이트 호크스

  

 서로 다른 매체인 영화와 회화 사이에서 호퍼의 그림 속 프레임 (상점, 주유소, 창문 등)을 잘라내는 방식, 무대 연출의 간결함, 조명의 정교함은 호퍼를 영화의 상징적인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은 실제 영화 속 장면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 할 수 있다. 1931년 스릴러 영화인 머빈 르 로이  감독의 <리틀 시저>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어둠 속에 고립된 비슷한 주유소, 램프로 가득 찬 실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 조명, 그늘지고 황량한 영화속 장소들이 화가의 눈에 의해 매혹의 공간으로 변모하여  영화와 비슷한  드라마가 캔버스 안에  펼쳐진다영화 속 세트 안에 있는 듯한  호퍼의 1942년 작품  “나이트 호크스”는  호퍼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3)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그림 속 오른쪽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당 안의 빛이 거리로 쏟아져 들어와 반대편 창문 중 하나에 까지 비치고 있다.  차분해진 밤의 색채 안에서  확연히 대비되는 환한 실내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호퍼의 작품 전반 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허함 이나 외로움과 같은  현대 도시 생활의 초상은  등지고 있는 남자가 옆에 앉은 커플 때문인지 왠지  더 외로움이  드러난다.

우리가 보고 있는 호퍼의 회화 안의 영화는 그가 뛰어난 묘사력과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장면을 더욱이  명확히 할때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장면을 바로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트호크스”는 호퍼가  헤밍웨이 킬러 범죄 소설 “킬러”(1927)에 영감을 받아 스토리와 이미지들을 그가 전반적으로 그려내는 영화같은 장면을 그려내기위해 호퍼가 보았던 흑백 스릴러 영화 속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캔버스에 연출하였다. 화면 속 조명, 장식, 인물들의  자세가 계획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대 연출도 정밀하게 측정된 것처럼 보이며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영화 촬영을 위한  즉 구성된 이미지 안에  있는 시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4) Herbert Ross, Pennies from Heaven, 1981

  

호퍼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여러 영화 감독들이 등장하는데  허버트 로스 감독의  1981년 작품 뮤지컬 영화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 (Pennies from Heaven) 에서는 그 덕분에 나이트 호크”가 완성된지 40년이후   호퍼의  이 그림은  캔버스에서 나와 영화 속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이 영화를 담당한 영화 세트 디자이너 켄 아담스에 의해 “나이트호크스”는 그림과 같은 무대가  실제로   재현이 되고 감독의 연출에 따라   등장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되살아 난다.

  


5) Wim Wenders, The End of Violence, 1997

 

 빔 벤더스 또한 1997년 그의 영화 "폭력의 끝"에서  “나이트호크”를 각색하여 호퍼 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의 영화에서 그림 속 장면을 각색하는데  그림 속 전 후 주변의 맥락을 상상함으로써 유명한 저녁 식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빔 벤더스는  호퍼의 그림이 단지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영화적인 확장된 우리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흥미로워했다. 그리하여 빔 벤더스는 그의 영화에 호퍼의 그림을 차용 하면서 그만의  줄거리를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영화 감독들이 호퍼의 그림에 매료되는  영화적 상상력은 호퍼의 그림의 원천 이였던 영화 였다.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없었을 때 그는 종종 영화관에 갔었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했던 화가로써의 그의 아틀리에서 늘 마주한 흰색 캔버스는 영화를 만드는 같은 공간이였고 스케치와 물감으로 영화의 연출처럼 이 하얀 캔버스로 내보내어 회화와 영화 사이를 극복해내는 예술가의 시도들 이였다.  캔버스의 위에  위대한  영화적 이야기 꾼이 되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영화와 회화 사이에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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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P: 고연정, 이제현, 정보람

PARTICIPANTS: 선혜영, 홍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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