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성연
레이몬드 믹스(Raymond Meeks)는 1963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나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사회 인문학을 전공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그는 허드슨 밸리(뉴욕)에서 작업하며 그가 살아온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개인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한국에서 조금 생소한 그는 2020년 구겐하임 재단의 사진 펠로우십을 수상했고, 2022년 폴록-크라스너 재단에서 보조금을 받은 이력도 있는 인정받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특히 가족과 그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 관계, 즉 아버지와 딸, 형제 자매, 남편과 아내를 기념하는 책인 Sound of Summer Running (2004), 딸의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여정을 기록한 Pretty Girls Wander (2011)와 새 집 안팎에서 찍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사진과 그의 파트너인 Adrianna Ault가 깨어나기 전의 사진을 담은 Ciprian Honey Cathedral (2020)들이 그가 가족과 주변인에서 받은 영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인간이 세상에 거주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시시피 강을 따라 일련의 도로 여행의 사진집과 시적 감성을 결합한 A Clearing(2008)와 캘리포니아 사막에 있는 잔해, 인간 존재의 흔적을 탐구한 Erasure(2013) 등이 있습니다. 이렇듯 그는 사진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을 포착하며, 이를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의미로 확장합니다. 그의 사진은 흔적과 소외된 현재를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시키며, 장소가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과 역사적 서사를 담을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그의 작품집은 대부분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거나 일정 수량의 아티스트 북처럼 제작되었습니다. 그는 예전에 발간된 질 좋은 종이로 이루어진 책들을 재활용하여 고성능의 프린트(그가 직접 설명한 작품집 Imwell(2010)의 경우 브로드 포맷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로 인쇄합니다. 특별판의 경우 수기로 발행 수를 표기하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은 워싱턴 DC의 국립 미술관, 뉴욕 로체스터의 조지 이스트먼 박물관, 파리의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에 소장되어있습니다. 그는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가 후원하는 프랑스-미국 사진 커미션인 Immersion의 여섯 번째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프랑스에서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뉴욕의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의 큐레이터이자 Immersion에디션의 멘토인 David Campany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이 커미션의 전시는 뉴욕(ICP 2023년 9월)과 파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Fondation Henri Cartier-Bresson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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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장애물들, 오른편에는 물결과 장소의 흔적들
작품을 위해 Meeks는 2022년 여름을 프랑스에 거주하며 보냈습니다. 그는 프랑스 양쪽 끝인, 잉글랜드 남동부의 절벽 맞은편 오팔 해안(Côte d'Opale)과 오팔 북쪽의 칼레부터 스페인 국경 근처의 Pays Basque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공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갔습니다. 그의 초기 계획은 난민들의 공간과 그들의 얼굴을 기록하려고 했지만 그는 곧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그들은 시선을 피하며 피난처를 찾고, 계속 되는 길을 지나 출구를 찾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Meeks은 그들을 직접적인 기록(아마도 그들이 불안감에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보다 그들이 지나쳐간 지형들의 흔적과 강물의 물결(Wave)이 그들을 대변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그들이 지나간 땅, 그들이 포기한 시간과 공간을 사진 속에서 포착하며, 이러한 풍경을 통해 그 지역에서 겪은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는 이주민들의 여정 동안 그들이 마주한 장애물인 가드레일, 철조망 반쯤 무너진 텅 빈 돌담, 무너진 콘크리트 블록, 수풀 속에 가라앉은 도상 등 여기저기에 흔들리는 인류의 비참한 흔적들(신발, 가지에 걸린 천 조각)을 기록합니다. 전시장에는 그들이 경험한 여정의 장소를 기록한 작품들과 장애물이 담긴 작품 및 장애물들인 두 부분으로 나뉘어 져있습니다. 이 두 부분을 마주보게 배치하여 시각적 물리적으로 그들의 고난들을 담담히 표현합니다.
물결 지형등 이주민들이 지나온 지형들
이주민들의 이동을 방해했던 물건들 및 지형들
전시장에는 작품과 함께 그의 작품집이 같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두 가지는 각각 다른 형식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하여 관객과 소통하며 서로 보완합니다. 전시 작품들은 직접적인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고, 책은 그 경험을 풍성하게 하여 서사적으로 깊이를 더해줍니다. 사용한 고전책의 종이에는 이전 책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집과 작품 이미지에서 알 수 없는 글과 이미지들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종이를 제거한 바인딩을 작품의 주변에 같이 배치했습니다. 크기가 큰 작품은 종이를 이어 붙여 제작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 옆에는 작품에 서정성을 더하는 시각적, 텍스트적 요소가 배치됩니다. 이 텍스트는 그의 여행의 동료인 작가 조지 웰드(George Weld)와 공동작업으로, 그는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벽에 손으로 쓴, 연필로 거의 해독할 수 없는 그의 말들이 함께 했습니다. “Inarticulate, Frozen at the joints The hunger for meaning deforms everything”, “A cooks hands, 이러한 글들은 그의 사진을 Weld가 즉흥적으로 참여한 서정적 결과입니다. 이러한 콜라보는 작품을 내러티브의 공간으로 재생성됩니다. 그 공간이 물리적으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감정적으로는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곳에서 관객은 그 공간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풍경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심리적, 정서적 맥락을 가진 장소가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관람객에게 몰입감 있는 관람방식을 제공합니다. (George Weld와 협업하여 만든 작품집인 The Inhabitants는 영어와 불어 버전으로 각각 제작되어 2023년 8월 Mack Books와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에서 공동 출판되었습니다.)
이전 책에 인쇄되어있던 흔적들.
작가 조지 웰드의 필기체
이번 전시를 통해 Meeks은 자신의 작품에 특정 장소와 그곳을 떠도는 사람들의 흔적을 보존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다룹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카메라를 통해 이주민들이 남긴 과거 흔적의 기록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미래 세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 됩니다. 이는 사회적 기억의 일환으로, 이주민들의 존재와 그들이 경험을 잊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작품에는 이주민들의 부재가 표현됩니다. 사진 속 그들의 부재는 그들이 가진 문화적 장벽과 소속감의 부재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는 문화를 넘어서는 이동, 국경을 넘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국경을 넘어서는 인간의 불안정한 존재와 그들과 얽힌 상실감, 고독, 소외감을 재조명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의 삶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그들의 목적지에 대한 갈망을 전달하여, 사진이 사회의 문제를 반영하는 매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진가로서의 역할을 넘어, 현대 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진에는 기록을 넘어서는 중요한 예술적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로써 그는 예술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담아내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예술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의미 생각하게 하는 방향성을 제공합니다.
[본 기사는 에르메스 파운데이션과 브랑송 재단의 프레스 특별초대 통해 제공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자료]
Raymond Meeks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