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툴루즈-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2024. 9.14 - 2025. 3. 3
마이아트뮤지엄
© MY ART MUSEUM
프랑스 파리, 화려한 유흥의 중심에는 붉은 풍차, 일명 ‘물랑루즈’가 있었다. 그러나 물랑루즈의 유행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도시 재건 사업을 명목으로 피로 얼룩졌던 파리는 점차 ‘예술과 빛의 도시’라는 화려한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프랑스 전역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예술적 교류를 꿈꾸는 이들이 파리로 몰려들었고, 그 흐름 속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바로 오늘날의 몽마르트르다.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흥 지식인과 부르주아 계층의 문화와 유흥은 곧 파리의 유행이 되었다. 그리고 유행이란 본래 그렇듯, 계급의 구분을 더욱 공고히 하며 19세기 말 파리는 철저히 부르주아지들의 시대가 되어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상류층의 결속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유흥을 제공하는 하층계급, 이를테면 무희나 발레리나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순의 중심에서 파리를 포착했던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의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5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전시 전경 © MY ART MUSEUM. ARTEP
Point 1. 모순 속에서 피어난 예술, 툴루즈-로트렉의 시선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 장애와 사고로 인한 후천적 기형으로 인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외면받았던 툴루즈-로트렉. 이 같은 유년기와 청년기의 환경은 그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상류층이 아닌 하층계급으로 향하게 했다.
그는 물랑루즈의 화려한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 작업을 통해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툴루즈-로트렉은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부르주아지보다, 그들의 향유를 위해 존재하는 무희들의 현실에 주목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하반신의 실루엣을 과감하게 드러낸 무희들의 춤사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상류층의 일방적인 시선. 그의 작품 속에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선으로 분리되는 부르주아지와 무희들, 그리고 나아가 귀족 사회에서 소외된 자신과 그들을 동일시하는 화가의 시선이 녹아 있다. 이러한 관점은 당시 상업과 예술을 철저히 구분하던 예술가 그룹과의 관계에서도 반복된다. 결국, 툴루즈-로트렉은 예술과 상업, 귀족과 하층민, 유흥과 고상함 사이에서 늘 모순적인 위치에 있었고, 그만큼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누구도 ‘주요 인물’로 바라보지 않았던 이들의 존재다. 그의 그림 속 무희와 연주자, 카바레 댄서와 서커스 배우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그 시대를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인이 된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제인 아브릴, 1893. © MY ART MUSEUM. ARTEP
Point 2. 19세기 파리, 화려함 속의 그림자
제인 아브릴의 포스터를 보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그녀와 무대 아래에서 연주하는 악기 연주자의 일부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구성은 그림 외부에서 존재하는 부르주아의 시선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결국, 포스터가 제인 아브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공연을 소비할 부르주아지들을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물랭루즈: 라 굴뤼, 1891, 종이에 석판화, 170x130cm, 툴루즈 로트렉 미술관.
이러한 시선은 라 굴뤼의 포스터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포스터 속 무희는 과감한 포즈로 몸을 드러내지만, 이를 바라보는 중절모를 쓴 부르주아들은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들의 존재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그들의 시선이야말로 이 유흥 문화의 본질임을 암시한다. 즉, 이 경박한 문화를 소비하는 계층이 존재하기에, 이 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툴루즈-로트렉 또한 결국 이 유흥문화를 소비하는 계층에 속했다는 점이다. 그는 그곳에 머물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 그것을 기록하는 자였다. 그의 그림 속에서, 그리고 이번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그가 바라보았던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장의 공간은 마치 한 시대를 재현하듯 꾸며져 있다. 벽을 채운 포스터, 관능적인 붓 터치,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카바레 음악. 우리는 그 속에서 화려했지만 동시에 어둠이 서려 있던 파리의 한 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DINING
10월 1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7길 43 1층
화요일 - 일요일 12:00-16:00/18:00-23:00(라스트 오더 21:30)
매주 월요일 휴무, 예약 필수
© 10월 19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맛을 찾고 있다면, 이곳은 어떨까.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자리한 10월 19일은 요리사 부부가 매 시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정성스럽게 구성된 디너 코스는 와인과 완벽한 페어링을 이루며, 한 접시 한 접시마다 섬세한 조화를 담아낸다. 점심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디저트 코스 또한 놓칠 수 없다. 파인애플 셔벗의 산뜻한 청량감, 도토리 말랭이의 은은한 고소함, 바닐라 판나코타의 부드러움 위에 히비스커스 소스가 더해진 조화로운 마무리까지. 독창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다.
예술적인 감각은 단순히 캔버스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0월 19일에서 요리라는 또 다른 예술을 만끽한 후, 마이아트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앙리 툴루즈-로트렉이 기록한 19세기 파리의 밤과, 그 속에 녹아 있는 화려함과 이면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미각과 시각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루를 완성해 보길.
Artep edit.